| [인터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일준 원장| 부부교육...부부가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 노력 없이는 함께 행복할 수 없어, 끊임없는 노력이 가장 중요최근 부부상담을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큰 화제가 되면서, 결혼 전 부부교육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부부교육은 부부관계를 원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가정을 안정시켜 부모·자녀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2006년부터 자체적으로 신혼기 부부 갈등과 조기 이혼을 막기 위한 각종 부부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부교육은 언제 받는 것이 좋을까? 또 이미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는 부부교육을 받기 늦은 걸까?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일준 원장(지혜병원)이 부부교육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q. 부부교육이란 무엇인가요?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인간관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근본적인 외로움으로 인해 가까운 인간관계를 열망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관계는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어려워지곤 합니다. 이런 역설의 가장 궁극적인 형태가 아마도 '부부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많은 사람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또 역설적으로 현실에서는 결혼 생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죠. 결국 '이 차이를 어떻게 메꾸냐'가 행복한 결혼 생활과 부부 모두의 행복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부부교육은 성별도 자라난 가정환경도 다른 두 사람과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자녀까지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q. 부부교육이 부부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지금 종이를 펼쳐서 외계인을 한 번 그려보시겠습니까? 갑자기 뜬금없는 외계인이냐고요? 의구심은 잠시 접어두고 한 번 마음속으로라도 그려보세요. 아마 크기나 모양은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얼굴에 눈이 달려있고, 몸통에 팔다리가 달려있을 겁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외계인에게 꼭 얼굴, 눈, 팔다리가 있어야 할까요? 외계인이라는 말부터 왜 꼭 외계'인'이어야 하는 걸까요? 사실 우리는 외계 생명체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빈 종이에 우리의 모습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린 후 외계인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뿐입니다.이 사실은 부부관계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함의를 알려줍니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그(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 내 모습을 투사해 그 사람을 해석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인간관계 갈등이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각자 상대방을 이해하고 더욱 알아가기를 노력하기보다는, 스스로가 편하게 재구성한 상대방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상대방 바로 옆에 허수아비를 세워두고, 그 허수아비와 상호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부부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이해하고 있느냐'가 부부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부부교육은 태생부터 다르게 태어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서로에게서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도록 도와주며, 부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씨앗 역할을 합니다.
q. 부부교육, 왜 받아야 하나요?사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최소 20년 가까이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완벽하게 배우자를 이해한다'라는 도착지보다는, '배우자를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 즉 도착지로 걸어가는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결혼하기 전에만 부부교육을 받으면 된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저는 상담하러 찾아오는 분들께 '노력을 동반하고 행복해지는 방법은 있지만, 노력 없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자주 말합니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큰 노력 없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런 방법이 존재한다면, 많은 분이 '그 쉬운 방법을 나만 몰랐구나'하고 억울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노력 없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살던 대로 사는 것'과 '노력을 기울이고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오는 것' 둘 사이에서의 선택은 결국 개인의 몫이라 생각합니다.(2편에서 계속됩니다)